은은하게 클래식과 여러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는 VIP룸에 여성은 미소를 띤 채 사업가를 마주하고 있었다. 여성의 작품이 걸려 있는 벽 한 면과 그가 나중에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매니저는 여성과 사업가의 다음 약속 스케줄을 잡아주기로 하며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는 식사였다. 훌륭한 식사가 거의 마무리무리 될 무렵
"아! 소라씨와의 협업은 잘 돼 가고 계신가요?"
사업가가 가느다란 미소를 띄우며 넌지시 여성에게 물어봤다. 단순한 기대의 질문은 아니었다.
"소라 씨 SNS에서 협업 시작에 대한 글만 올라오고 진행에 대한 글은 볼 수가 없더라고요."
사업가는 아쉽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업가의 대답은 가벼운 호기심과 아쉬움 이상의 뭔가가 담겨있다고 느껴졌다.
"소라 씨가 요즘 저와의 협업 소식때문에 일이 더 바빠지셔서 천천히 진행중이랍니다. 제가 작품을 비공개로 진행하길 원해서 소라씨가 협업이 끝날 때 까진 작품에 대한 더 이상의 소식은 업로드하지 않으실 거예요."
여성은 동요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 이소라는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사실을 넌지시 라도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아쉽네요. 혹시라도 협업이 힘드시면 저와는 어떠신가 이야기해보려 했는데.... 협업 작품이 정말 기대되네요."
사업가는 능글맞게 대답했다.
"작품이 완성되어서 갤러리 오픈일정이 나오면 먼저 연락드릴게요. 어머 이 과일 차는 어떤 과일로 만드신 건가요?"
여성은 웃으며 대답 후 과일차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돌렸다. 아마 식후 차를 내면서 티잔에 알 수 없는 브랜드가 새겨진 찻잔받침이 힌트가 되었을 것이었다. 여성의 물음에 사업가는 이때다 싶었는지 새로운 고급 과일차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하더니 과일차 블렌딩, 사용한 과일과 꽃등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 제가 말이 너무 길었네요. 사업 이야기만 하다 보니 조금 분위기가 무거워졌네요."
사업가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실, 이 근처에 이 브랜드와 연관된 갤러리가 하나 있는데, 제가 직접 디자인 한 작품들도 몇 점 전시되어 있어요.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잠깐 들러보실래요? "
사업가는 여성과 매니저에게 제안했다.
"갤러리에선 제가 말을 덜 할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사업가가 부드럽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에 여성과 매니저는 웃으며 동의했고 곧이어 식사를 마치고 갤러리로 향했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기분을 전환시켜줄 시트러스 한 과일 향들이 공간을 매웠다. 차분하다기보단 생기 넘치는 공간이 갤러리의 분위기를 가득 채웠다. 사업가는 자신이 그린 작품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며 그녀와 매니저를 이끌어갔다.
"이 작품은 질감이 특이하네요?"
여성은 사업가의 한 작품을 보며 물었다.
"아 알아보시는군요. 이 그림엔 과일의 껍질로 물감을 만들어서 색을 입혔어요. 덕분에 색은 탁하지만 오묘한 질감을 내죠."
사업가는 부끄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색이 탁해서 그림 전체 색상을 조명으로 커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만요."
여성과 매니저는 사업가의 작품에 감명하며 함께 한참 동안 갤러리안에 여러 작품 감상했다.
그러자 갤러리를 같이 감상하던 사업가가 멈춰 서더니 여성과 매니저에게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혹시, 여성분들 저쪽으로 자리를 옮겨도 될까요?"
사업가가 말한 방향엔 그렇게 만나야 했던 이소라가 갤러리안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여성은 알겠다 하며 사업가와 같이 자리를 옮겼다.
"아 이소라 씨 여기 계셨군요."
사업가가 이소라 옆으로 서며 이야기했다. 곧이어 이소라는 옆으로 돌아봐 사업가에게 인사하며 여성을 마주했다.
"이소라 씨 우연히 여기서 뵙네요."
여성은 미소를 띠며 이소라에게 인사를 했다. 이소라는 애써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했다.
"그렇네요. 저도 갤러리를 둘러보러 왔어요."
여성과 이소라의 가벼운 인사였지만 둘 사이에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사업가는 이 거리감을 느낀 것인지 갑작스러운 제안을 했다.
"이소라 씨가 제 작품에 대해서 좋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좋겠지만, 전 이번 협업에 대해서 기대가 많은 사람이라서... 세 분이 이번 협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시는 건 어떠신가요? 저는 잠시 다른 갤러리를 보고 오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부족하시면 저희 식당에 다시 오셔도 좋고요."
그는 웃으며 우리에게 제안을 했고 잠시 갤러리를 관리자에게 위층에 따듯한 과일차와 손님들의 개인 시간을 위한 공간을 준비해 놓으라고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곧이어 셋은 위층으로 안내받았다.
준비된 공간에 남겨진 셋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 와중 매니저는 편의를 봐주신 사업가분께 인사를 하고 온다고 내려가버렸다. 둘만 남겨진 공간에서 어색함을 참지 못한 여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소라 씨, 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네요."
이소라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그래요... 이 일에 대해 언제까지고 미뤄둘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글 > 단편 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폭 - 질투 (2) - 1 (1) | 2024.11.30 |
---|---|
화폭 - 질투 (1) (0) | 2024.11.29 |
화폭 (0) | 2024.11.29 |